누군가에게 절을 올리고 싶었다. 누군가를 위해서 지갑을 열고 싶었다. 나를 위해서 걷고 싶었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고 싶었다. 온 몸을 바닥에 던지고 싶었다. 예전에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지낼 때에도 나는 혼자 십자가에 대고 큰 절을 했다.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각 종교의 비의는 대단히 신체적으로 이해되어야만 한다. 비의의 전승은 대단한 말이나 의식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내 생각에, 가장 … 계속 읽기 글조각.
[작성자:] Sool Park
경전의 형성 / 비트겐슈타인 번역 문제에 대한 잡상
학기 중이라는 핑계로 너무 게을러져 있었다. 비트겐슈타인을 보면서 반성한다. 예를 들어 Satz를 "명제"로 할지, "문장"으로 할지 아직도 최종적으로 결심하지 못했다. 정말로 사고를 통해서 정면돌파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다. 그러니까 똑바로 사고하라. <논고> 번역에서는 어차피 "명제"로 할 수밖에 없으리라고 스스로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마라. 그런 이유에 의해서 역어가 결정된다면 번역은 노예나 할 일이다. 모든 긴장과 강박을 놓아버린다고 … 계속 읽기 경전의 형성 / 비트겐슈타인 번역 문제에 대한 잡상
잡상 2015.9.29: 자화상, 미로건축술
내가 어릴때부터 가장 깊게 느껴왔던 질문은, 내가 문화의 중심이 아니라 변두리에 있다는 의식과 연관이 있었다. 사본의 사본을 보고있다는 인식, 나를 둘러싼 세계가 가짜라는 인식은 최초에는 한국-서양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었다. "문화"라는 대상의 근원이 여기가 아니라 서구라는 사실은 우월감과 컴플렉스가 묘하게 혼합된 형태로 다가왔고, 내가 서양문화를 누구보다도 게걸스럽게 섭취하게했다. 어떤 의미에서, 변방자로서의 자기인식은 나를 급속하게 서구인으로 만들어줄 … 계속 읽기 잡상 2015.9.29: 자화상, 미로건축술
잡상 2015.9.20
나는 지금 이 세계에 대한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 시대의 기술과 학문과 문화가 흘러가는 자연스러운 조류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 점에서 나는 비트겐슈타인과 니체의 기본적 문제의식을 같이하고, 그 사람들의 친구이자 제자인 셈이다. 지배당하고 휩쓸려버린 옛 세계의 철학자들은 여태 스스로의 입으로 이 현상에 대해서 논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예전 체계의 사람들은 현대의 언어를 말하지 … 계속 읽기 잡상 2015.9.20
잡상 2015.9.6
헬조선에 대한 담론을 읽었다. 조선의 느리고 철저한 몰락과정을 지켜본 기억은, 조선을 후진성을 상징하는 어휘로 만들었다. 조선이 일본이 되고 일본이 한국이 되는 모습을 지켜본 세대,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할아버지께서는 집에서 조선제라면 식기마저도 사용하지 않으셨다고 한다. 쇠젓가락, 쇠수저가 아니라 일본식 식기로 밥을 먹을 정도로 조선은 배척되어야 할 정신적 대상이었다. 아마 그것은 그 분께서 일본 유학중에 독일 예수회를 접하고 … 계속 읽기 잡상 2015.9.6
잡상 2015.8.31.
더 이상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불특정다수의 인정을 겨냥해서만 글을 쓸 수 있는 그런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 그렇지 않았으면 한다. 다음 주에 개강하는 과목을 위해서 Handbuch Militärischer Berufsethik(군직업윤리)를 읽는데, 핸드북의 형태다 보니 교과서의 형태가 아니고 논문집 형태로 이루어져있다. 수준이 상당히 높다. 그 중에 요헨 본Jochen Bohn이라는 뮌헨 군사대학 교수의 글을 읽고 여러 생각이 … 계속 읽기 잡상 2015.8.31.
휴일
엉망인 시간들을 보내다가, 겨우 헤집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바깥에는 처음 보는 것 같은 색들이 있었다. 여름이 다 지고나니 그 색깔을 알아보겠다. 오랜만에 카메라를 들고 나왔었다. 그 동안은 사물을 새롭게 바라볼 여력이 없었음을 알았다. 그냥 지쳐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막다른 곳에 다다라서야 하게 된다. 꿈꾸듯 명상적인 기분은 지하철에서 … 계속 읽기 휴일
Ballonfahrt – Robert Walser
기구 여행 로버트 발저 / 박술 역 선장, 신사, 어린 소녀, 이 세 사람이 바구니 안에 올라타자, 기구를 고정하는 줄의 단추들이 풀리고, 이 이상스러운 집은 마치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듯이, 망설이면서 천천히 위쪽을 향해 날아올랐다. “잘 다녀오시게!” 아래에 모인 사람들이 모자와 손수건을 펄럭이면서, 멀어져가는 기구를 향해 외쳤다. 여름 저녁의 10시다. 선장이 주머니에서 지도를 하나 끄집어내어, 신사분에게 … 계속 읽기 Ballonfahrt – Robert Walser
아나 블루메에게
아나 블루메에게 - 쿠르트 슈비터스 오, 내 스물일곱 감각의 연인이여, 나는 너에게 사랑하네! 너는 너의 너를 너에게, 내가 너에게, 너는 나에게. - 우리가? 그건 (덧붙이자면)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지. 너는 누구인가, 셀 수 없는 여인이여? 너는 누구 - 누구 너는? 사람들은 네가 있을거라고, 그렇게 말하지 - 맘대로 말하라고 해, 그들 그들은 모르지, 교회탑이 어떻게 우뚝 … 계속 읽기 아나 블루메에게
논리철학논고의 첫 번째 문장: 번역비평과 번역시도
아마 2007년 여름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가 건네준 주어캄프 출판사의 붉은색 문고판 책을 처음으로 열었고, 그 후로 몇 년 동안 내 정신을 지배하게 될 하나의 문장을 보게 되었다. 1 Die Welt ist alles, was der Fall ist. 너무나 쉬운 문장이었다. 허나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몇 번을 거듭해서 읽어봐도 나는 이 단순한 구문에서 아무런 정보도 얻어낼 … 계속 읽기 논리철학논고의 첫 번째 문장: 번역비평과 번역시도